이 지역 간흡충 감염률 4배, 담관암 위험 높이는 민물고기 식습관
5대강 유역 장내기생충 감염 현황
질병관리청의 2024년 장내기생충 유행지역 감염 조사 결과, 경상북도 안동시의 간흡충 감염률이 전국 평균의 4배에 달하는 9.1%로 나타났다. 이는 5대강 유역(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39개 시군구 주민 26985명의 대변 검체를 분석한 결과로, 전체 장내기생충 감염률은 4.5%를 기록했다. 특히 섬진강 유역이 6.3%로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으며, 낙동강(3.9%), 영산강과 한강(각 2.3%), 금강(0.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안동시 외에도 경남 하동군(12.6%)과 전남 구례군(11.7%)이 10% 이상의 높은 감염률을 기록하며 간흡충 감염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들 지역의 높은 감염률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식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는 담관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간흡충 감염의 주요 원인: 민물고기 생식 문화
장내기생충은 크게 토양 기생충과 식품 기생충으로 나뉜다. 과거 1960년대에는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던 농업 관행으로 인해 회충, 편충 등 토양 기생충 감염률이 80%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생충 퇴치 사업과 하수 처리 시설 개선으로 현재 토양 기생충 감염률은 1% 미만으로 줄어 퇴치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식품 기생충 감염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특히 간흡충 감염률은 전체 기생충 중 가장 높은 2.3%를 기록했다. 이는 피라미, 돌고기, 은어, 모래무지,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거나 오염된 조리기구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동시의 경우, 지역 특유의 '꿀뚝회'와 같은 생선 회 요리가 간흡충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작은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거나 다져서 회로 먹는 식습관이 간흡충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며, 다른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역별 간흡충 감염률 상세 분석
아래 표는 2024년 조사에서 간흡충 감염률이 높은 주요 지역을 정리한 것이다.
지역 | 전체 감염률 (%) | 간흡충 감염률 (%) | 비고 |
---|---|---|---|
하동군 | 12.6 | 5.4 | 섬진강 유역 최고 감염률 |
구례군 | 11.7 | 5.3 | 섬진강 유역 고위험 지역 |
안동시 | 10.4 | 9.1 | 전국 평균의 4배 |
순천시 | 6.0 | - | 비교적 높은 감염률 |
광양시 | 5.3 | - | 비교적 높은 감염률 |
하동군과 구례군은 섬진강 유역의 특성상 민물고기 생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안동시는 낙동강 유역에서 유독 높은 간흡충 감염률을 보였다. 청송군(3.8%) 또한 주목할 만한 감염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의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단순히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간흡충과 담관암: 치명적인 건강 위협
간흡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담관에 기생하며 만성 염증을 유발해 담관암과 담낭암 같은 담도계암을 일으킨다. 담관암은 국내 암 발생률 9위, 사망률 6위로 결코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특히 한국은 담도계암 발생률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국가로, 이는 간흡충 감염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담관암의 주요 증상으로는 황달(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함), 짙은 소변, 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이유 없는 가려움증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효정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며, 수술이 어렵고 항암치료 효과도 낮아 예후가 췌장암보다 더 나쁘다"고 경고했다. 이는 간흡충 감염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치료와 예방: 전문 의약품과 식습관 개선 필요
간흡충 감염은 일반 구충제인 알벤다졸로 치료할 수 없으며, 의사 처방을 통해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희일 과장은 "간흡충은 작용 기전이 다른 일반 구충제로는 제거되지 않으며, 반드시 전문 의약품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고위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대변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을 유도하고 있으며, 치료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동시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높은 감염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 산불로 인해 전수 조사가 연기되는 등 지역적 제약이 존재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식습관을 피하고, 조리기구의 위생 관리에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감염률 감소에 필수적이다.
지역별 대응과 공중보건의 중요성
질병관리청의 장내기생충 감염 조사는 고위험 지역 주민들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간흡충 감염은 개인이 스스로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감염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안동시와 하동군에서는 민물고기 생식 문화를 줄이기 위한 지역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구례군에서는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무료 검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감염률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담관암과 같은 중증 질환의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장내기생충 감염의 역사적 변화와 전망
1960년대만 해도 토양 기생충 감염률이 80%를 넘었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공중보건 정책과 위생 환경 개선으로 현재는 1% 미만으로 줄었다. 이는 한국의 기생충 퇴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결과다. 그러나 식품 기생충, 특히 간흡충 감염은 여전히 공중보건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2005년 질병관리청의 장내기생충 조사 시작 당시 전체 감염률이 10% 이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재 4.5%로 감소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지역의 높은 감염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감시, 지역별 맞춤형 대응, 그리고 주민 인식 개선을 통해 간흡충 감염률을 더욱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보건 당국, 의료 기관, 그리고 주민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민물고기 생식 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식습관 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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