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잠' 공포의 극치, 몽유병, 그리고 세가지 결말
공포와 심리묘사의 미학, 영화 '잠'을 풀다 |
2023년 9월 6일에 개봉한 장편 영화 '잠'은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미드나잇 매드니스 섹션, 판타스틱 페스트 등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공포를 극대화하여 차별화된 공포를 선보이며, 최고로 가까운 사람이 공포의 주체가 됐을 때의 상황을 포착하여 더욱 몰입감 있게 다가옵니다. 과연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자다 깬 현수의 공포
영화 '잠'에서 자다 깬 현수가 내뱉은 혼잣말은 정말 누군가가 들어온 것처럼 일상을 공포로 가득 메우게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점차 크기를 키우면서, 몽유병을 진단받으며 치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무색하게 밤마다 낯선 사람이 된 것 같은 현수의 이상 행동은 더 위험해집니다. 심지어는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려워집니다. 믿기 힘든 광경은 온갖 노력을 하는 수진에게 있어서 몽유병인지 현수 안에 깃든 초자연적인 존재인지 알 수 없게 합니다. 과연 수진과 현수는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둘이 함께 극복하는 공포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이 폭력의 주체로 변해갈 때, 마주하는 공포를 포착합니다. 그 대상이 결코 나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찾아오는 신뢰였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현수보다 더 두렵게 다가오는 건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진입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을 빌리기까지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광기 어리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봤던 현수가 수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준 것 또한 '함께' 상황을 견뎌줬던 수진 때문입니다. 정말 이 영화의 결말 뒤에는 극복한 두 사람이 서 있을까요?
열린 결말의 해석
영화의 결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쉽게 풀리지 않은 부분을 해석의 여지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열린 결말에 3가지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첫 번째, 수진의 망상이었다.
우선, 수진의 망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은 몽유병을 앓는 현 수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 또한 수면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있지 않았던 일을 착각하는 일도 상당해 병원에도 가게 된 것 같습니다. 현수는 노력하는 수진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에 따라줬고 그 끝에도 점점 심해져 가는 수진을 위해서 '연기'한 것입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잠들지 못해 눈이 새빨개지고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망상의 일부분처럼 여겨집니다.
두 번째, 진짜 빙의된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수가 밑의 집 할아버지에 빙의된 것입니다.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정말 빙의가 돼서 한 말입니다. 또한, 할아버지 사망 후 귀신이 된 날짜와 현수의 몽유병 증상이 나타난 날짜가 동일합니다. 또한 특히 '개', '아이'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할아버지가 틀림없습니다. 부적을 붙이고 굿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 악영향을 모두 막았고 수진의 모든 행위가 할아버지가 무사히 정각 전에 성불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특히 딸을 말을 듣고 현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통해서 현수의 몸에 할아버지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그저 몽유병이다.
현수는 심각한 수면장애인 몽유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단역 배우 생활을 전전하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누가 들어왔어요'라는 말은 드라마 대본의 대사였습니다. 치료를 받아 봤지만 어려움을 겪었고 마침내 치료에 성공하게 됩니다. 반면, 수진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쉬운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수진을 통해 드러난 것입니다. 현수는 그런 수진을 위해 그녀가 믿고 싶은 현실을 '연기'합니다. 의사가 말했듯 이상 행동이 늘 일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미신과 관련된 행위는 우연에 불과합니다.
잠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이 두려워집니다. 편안한 공간에서 잠을 깊이 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 밤이 오지 않길 바라는 상황으로 이어져 더욱 두렵게 느껴집니다. 극 중 현수가 앓고 있는 몽유병은 수면장애이기 때문에 잠이 든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이상행동을 보이는 증상입니다. 걸어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므로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사실과 주변 사람에게 남는 기억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잘 드러났습니다. 잠과 관련된 영화가 많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잠과 그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 전개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가장 익숙하고 필수적인 '잠'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낯설게 만드는 영화의 화법이 신선하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정유미 배우와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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